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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상담사례

번호 : 32
글쓴날 : 2003-07-07 14:22:06
글쓴이 : 노동인권회관 조회 : 4239
제목: 인력소개업체의 소개로 일하다가 산재가 난 경우 책임은 누가 지는가?

● 인력소개업체의 소개로 일하다가 산재를 당한 조니

이란청년인 조니는 부천에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손을 다쳤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손가락의 힘줄이 찢어지는 바람에 수술을 했고, 20여일간 통원치료를 하였다. 치료비는 사업주가 지불하였지만 휴업급여는 전혀 받지 못했고 후유증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았다.
한국어를 아주 조금, 단어 몇 개만 알아듣는 상태의 조니는 누군가에게서 산재처리를 위해 필요한 서류들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처음부터 통장사본과 여권사본, 의사의 진단서, 그리고 회사의 명함을 갖추갖추 해서 상담소를 찾아왔다. 조니를 면담해본 결과, 조니는 김포에 소재한 한 인력업체의 소개를 받아 그 회사로 아르바이트를 하였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라고는 하지만 매일 가서 일을 하였고, 일당은 60,000원, 그 중 10%인 6,000원을 인력소개업체에 납부하였다고 한다. 상담원은 조니에게 인력소개업체에 관해 알아올 것을 부탁했다.
조니의 사고는 사고성 재해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조니의 사고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업주는 누구인가였다. 조니가 인력소개업체의 소개를 받아 일을 시작했고 급여의 일부를 지급하는 사실만 본다면 얼핏 조니는 파견근로자인 것 같았다. 조니가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파견근로자라면 일차 책임은 파견사업주에게 있었다. 그리고 파견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사용사업주에게 책임이 있게 되었다. 그러나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 인력업체에서는 그 뿐이고 아무런 사후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상담원의 생각에 그 인력업체가 허가 받은 파견사업주는 아닌 것 같았다. 그저 불법적인 인력소개업체가 아닌가 짐작이 갈 뿐이었다.
상담원은 일단 조니가 가져온 명함의 연락처로 전화를 하였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사모님이었다. 사모님은 대뜸 상담원에게 거친 목소리로 마구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말인 즉, 해줄 만큼 다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담원이 본인이 휴업급여를 받기를 원한다고 하였더니 마구 흥분하면서 '보상금은 무슨 보상금이냐, 도대체 얼마를 뜯어가려는 거냐'면서 상담원을 숫제 질 나쁜 브로커로 단정하였다. 일단 사모님의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상담원은 사모님의 거의 욕설에 가까운 거친 말들을 참으면서 들어주었다. 이성을 잃고 마구 퍼부어 대던 사모님은 실컷 해대고는 분이 좀 풀리는지(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후에야 상담원이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사모님은 '보상금은 줄 수 없다. 한 달밖에 일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보상금을 주면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이 생길 것 아니냐. 그러면 회사운영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 더구나 그 사람은 정식으로 채용한 것도 아니고 아르바이트로 채용했었고, 오래 쓸려고 했던 사람도 아니다'라며 딱 잘라 거절하였다. 휴업급여는 보상금이 아니라는 상담원에 설명에 대해 사모님은 '그게 그거다'라며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더 말해봤자 소용없겠다 싶어 상담원은 휴업급여에 대해서는 더 말을 꺼내지 않고 이번에는 인력소개업체에 대해 부드럽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사모님은 인력소개업체에 대해서는 소개받았다는 말 외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다.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조니가 인력소개업체의 명함을 가지고 상담소로 왔다.
인력소개업체의 소재를 파악한 후, 상담원은 다시 회사로 전화를 하였다. 이번에는 전무가 받았다. 전무 역시 대뜸 시빗조로 상담원의 전화를 받았다. 그러더니 그는 조니가 인력업체 소속이나 조니의 사고에 대해 책임 있는 곳은 인력소개업체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상담원은 인력소개업체가 합법적인 곳인지를 물었고 그에 대해 합법적인 인력소개업체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책임이 인력소개업체에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전무를 안심시키고 인력소개업체에 대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물었다. 전무는 술술 얘기해주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인력이 급할 때면 그 쪽으로 연락하여 사람을 채용하였고, 일당의 10%를 인력소개업체에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였다. 또 자신들은 일단 노동자에게 급여를 지급할 뿐이고 공제가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하였다.
전무와의 통화를 끝내고 이번에는 인력소개업체에 전화하였다. 인력소개업체의 대표와 통화를 하였는데, 그는 인력소개업체가 합법적인 인가를 받은 곳임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런데 그의 말에 의하면, 조니의 경우는 자신이 그 회사에 소개해 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조니가 그 인력소개업체를 드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 회사에 갈 때는 자신들을 통하여 가지 않았고, 자신들은 조니로부터 돈을 한푼도 받은 적이 없으며, 따라서 조니의 사고에 대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강변하였다. 알았다는 말을 남기고 상담원은 다시 회사로 전화를 하였다. 전무는 인력소개업체의 말에 매우 불쾌해 하였지만 사실을 밝히기를 주저하였다. 상담원은 이런저런 말로 전무를 달래었고, 마침내 전무는 자신들이 세 사람을 부탁하였고, 조니와 또 다른 이란인, 그리고 한국인 한 사람을 소개받았으며, 그 중 한국인은 일을 시작한 지 2-3일만에 그만두었고 조니와 다른 이란인이 계속 일을 하였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인력업체 대표와 전무의 말로 상황파악이 끝난 상담원은 전무에게 앞으로에 대해 알려주었다.
"일단 양쪽에서 서로 책임이 없다고 미루고 있는데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저로서는 판단하기 힘듭니다. 그러니 조니의 건을 근로복지공단에 진정하겠습니다. 진정서를 낸다고 해서 회사에 피해가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이후 근로복지공단에서 출석요구서가 오면 인력소개업체에 책임이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가지고 출석하셔서 제반 상황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판단을 할 수 없으니 이 방법밖에 없겠습니다."
전무는 낮은 소리로 '알았다'고 하였고, 상담원은 즉시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피진정인으로는 인력소개업체와 사고 난 사업장 두 군데를 동시에 기재하였으며, 관할 근로복지공단은 사고 난 사업장 관할 지사로 하였다.
그 얼마 후, 근로복지공단에서 연락이 왔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조니의 사고에 책임이 있는 쪽은 조니가 일하던 사업장의 사업주이며, 인력소개업체는 인가 받지 않은 불법업체임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조니가 받아야 할 휴업급여가 얼마 되지 않으니 회사와 합의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상담원에서는 이미 그에 관한 조니의 의사를 확인한 바 있었던 터라 산재보상보험법상 받을 수 있는 휴업급여 전액을 받을 수 있다면 합의도 좋다는 조니의 의사를 전달하였다. 근로복지공단 담당자를 접촉한 회사의 전무는 그제서야 많지 않은 휴업급여를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상담원이 조니에게 회사로 찾아가 합의금을 받은 후 영수증에 사인을 하라고 전달하자 조니는 혹시 회사에서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내비쳤다. 그러나 상담원의 판단으로는 회사 역시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신고할 것 같지는 않았다. 3일이 지난 후 조니로부터 상담소에서 작성해준 영수증과 합의서를 들고 회사의 전무를 만나 휴업급여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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