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한총련 합법화 논의 실종을 우려한다(2003/5/31) |
** 이 글은 동국대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
한총련 합법화 논의 실종을 우려한다.
박 석운(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집행위원장)
노무현대통령 정부의 출범 이후 다양한 통로를 통해 추진되던 한총련(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의 합법화와 관련 구속자 석방 및 수배해제 논의가, 지난 5.18. 광주민중항쟁 추모식장 입구에서의 항의 시위를 계기로 급격하게 실종되고 있다. 새 정부 개혁의 얼굴 역할을 하던 강금실 법무장관과 김두관 행자부장관이 잇달아 한총련을 비판하고 당분간 한총련 합법화 논의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밝히는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서 법에 따른 엄정조처를 언급하고 나서게 되었다. 다행히 법원에서 한총련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각하면서 마녀사냥식 한총련 매도는 주춤하고 있지만, 한창 진행되던 한총련 합법화 논의는 쑥 들어가 버린 셈이 되었다. 비록 상대가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대학생들이 평화적으로 항의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것일진대, 이를 구실로 기존에 추진되던 한총련 합법화 논의 자체가 중단되는 것을 보니 민주, 개혁을 기치로 걸고 출범한 "참여정부"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겨우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싶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곰곰 생각해 보면 민주주의와 민족자주를 위해 투쟁하다 희생된 5월의 영령들앞에서, 대학생들이 대통령이 방미 기간중 보인 "미국이 아니었으면 자신이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식의 사대굴종적 언동에 대해 항의하는 것이 당연하고, 어쩌면 대학생들의 그런 항의조차 없었으면 도리어 비정상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학생들이 그런 의사표시를 함에 있어 폭력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피켓 정도를 사용하는 항의를 난동과 폭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잉반응임이 분명하다.
아마도 참여정부로서는 한총련을 합법화시켜주는 "은혜"를 베풀려고 하는데, 도리어 배은망덕한 짓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듯한데, 이 또한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 한총련 합법화 문제는 시혜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해결해야 할 주요 인권과제이기 때문이다.
벌써 몇년째 묵은 숙제가 되어 있는 한총련 이적성 문제의 해결은 더 이상 미룰 문제가 아니다. 다들 알다시피 한총련은 대의원대회를 통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규정된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었던 연방제 관련 강령규약을 변경하였다. 또한 한총련은 매년 새로 당선되는 각 대학 총학생회 회장단을 성원으로 하여 매년 새로 구성되는 단체인데,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11기 한총련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내부 개혁을 착실히 실천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부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모는 근거법률인 국가보안법은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거푸 폐지를 권고한 반인권 악법이고, 또한 국제인권단체인 엠네스티인터내셔날에서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으며, 또한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에서도 유엔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에 근거하여 개·폐지를 권고한 바 있는 악법이다.
새정부 출범초기인 이 시점이 한총련문제를 해결할 결정적 계기가 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해마다 총학생회장 선거만 치러지고 나면 바로 한총련 대의원으로 수배되는 야만적 사태가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칫 검찰 등 공안당국이 우리의 후세대인 대학생들이 이적단체 구성원을 대중적으로 지지하여 총학생회장으로 선출하고 있다는 모순을 조장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200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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