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업무, 정부 적극 관여할 때
[한겨레] 세계화는 초국경 인구 이동을 급증시키고 있다. 2003년 우리나라
출입국 수는 2400만명이고 1999년에 비해 약 600만명이 증가했다. 대규모
초국적 인구 이동 뒤에는 이주대행업자의 구실이 크다. 원래
이주대행업자는 국외취업 알선, 이민수속 대행, 이민국 정착 안내를 한다.
또 송출·수민국에 적합한 사람을 골라내는 등 정부 이민 행정을 도와준다.
즉 이주대행업은 해당정부와 이민자를 이어주는 필수분야이다.
그러나 이민대행업자는 이민이 많을수록 돈을 벌기 때문에 합법이든
불법이든 이민을 부추긴다. 그들은 비공식 이민망과 연결되어 정부
이민정책보다 영향력이 더 클 때도 있다. 즉 그들은 이민을 대행하는 게
아니라 이민을 만들어 내어 노동시장을 왜곡시키고 국가 주권을 위협하기도
한다.
더욱이 이민대행은 국경 사이에서 벌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있는 법도 별로 없다. 법 관할도 애매할 때가 많다. 그래서 대행업자가
피해를 입히고도 처벌을 안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1세기의 화두로 등장한 ‘이민의 물결’로 인해 이주대행업은 인기 있는
수익산업으로 부상했다. 여행, 부동산, 금융, 교육, 의료, 운송 등 다양한
업계가 얽힌 거대한 산업 분야가 되었다.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를 선두로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중국, 싱가포르,
남아공 정부는 이주 대행업이 자국의 노동시장, 경제, 문화,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체계적 관리 감독을 하고 있다. 또 이주대행 전문인을
육성하여 새로운 산업분야로 성장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이미 관련법과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인증제도를 실행하고 있거나 올해 안에
실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국외로 나가는 이민에만 이주대행 제도가 있다. 그러나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다. 아무나 예치금만 내면 이주 대행업자가 될 수
있다. 캐나다 이민성은 이런 한국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4월부터
캐나다 이민협회에서 인증 받은 업자만 캐나다행 이민대행을 허락하고
있다. 더욱이 캐나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만이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인정하는 대행업자가 우리 국민의 캐나다행
이민대행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이것은 언어도단이다. 또 엄연한
주권침해라고도 할 수 있다. 외교통상부는 우리 이민 대행업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수민에는 대행업자 등록제도마저 없다. 조선족
동포들은 이민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돈을 갚기
위해 불법 체류를 하게 된다. 브로커 중에는 ‘뱀의 대가리’라고 불리는
국제 불법 이민알선 조직도 있다.
또 정부는 외국인 산업연수생 수민 대행을 송출국에 맡기고 있다. 그들의
한국 체류, 재입국 대행마저 송출국에서 하고 있다. 타이에서는 한국행
노동자 송출 대행업체가 되려면 로비 자금을 3억원쯤 쓴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타이에서 그 돈은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대행업이 고 수익성
사업이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 돈을 회수하는 대상은 우리나라에 입국한
타이 노동자들이고 그들은 돈을 갚기 위해 직장을 불법으로 옮기고
불법체류까지 불사한다.
원래 우리 정부가 송출국에 모든 대행을 맡긴 취지는 국내에서 산업연수생
관련 비리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송출국내
비리의 결과가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그러니까 우리 정부는 이렇게
소극적 방어만 할 게 아니라 출입국 관리법에 능통한 전문인, 즉 자격을
인증받은 ‘출입국 관리사’를 배출하여 국익 차원에서 본격적
수익사업으로 다루게 해야 할 것이다.
송출·수민 대행업자를 체계적 교육을 통하여 양성하고 자격심사를 통하여
그들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인증제를 실시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
이민행정을 보완하고 국가수익도 올리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나갔으면
좋겠다.
박화서/명지대 교수·이민학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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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4-09-30 19:32:03
